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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메멘토

St.r8 2018. 6. 4. 23:13

메멘토는 전개방식이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다.


A->B->C->D->E->F->G 순서로 일어난 사건들을 G->A->F->B->E->C->D 지그재그 순서대로 보여주는데 A부터 B까지 차근차근 설명해도 복잡할 영화를 이 모양으로 꼬아놓으니 한번보고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보통 영화를 이런식으로 만든다는 것은, "나는 이 영화를 성공시킬 생각이 없다"고 외치는 것과 다름이 없는게 생각해보자 책을 읽는데 1페이지 읽은 다음 299페이지 읽고 다시 2페이지 읽으면 누가 그 책을 재밌다고 읽겠는가.


근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표현 기법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무난하게 재밌는 스릴러 반전영화에 불과했을 것이다. 


주인공인 래너드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대뇌에 해마가 손상되어 새로 겪는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병이라고한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장기기억능력이 없어져서 10분이 지나면 기억을 못하게 되는데, 주인공이 딱 그렇다. 뭔가를 하다가도 잠깐 멍때리고 나면 뭘하고있었는지 까먹게 되는 것이다. (.


추격전을 벌이다가 상대방을 제압할 무기를 찾아 술병을 꼬나쥐고서는, 뭐하는 중이었는지 까먹고 술병을 쳐다보며 본인이 술을먹었나 생각해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주인공이 이러한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이 표현기법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 딱 좋다. 


멍청한 주인공이 방금 전까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고민하는 것을 같이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절반 은, G->F->E->D 순서, 즉 역순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F가 끝날때 즈음 G의 시작부분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긴 서사방식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어 지루할 틈이 없다. 


A->B->C ->부분은 흑백영상으로 역순이 아니라 순행으로 영화가 진행이되는데 이렇게 순차적으로 진행이 되다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D 부분이 진행될 때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게 되는데 이게 결말의 반전과 맞물려서 화끈한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킨다


내용, 반전, 몰입감만 따지고 봤을 때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다. 이 영화는 1991년 당시 촬영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도안되는 몰입감을 주며, 볼때마다 결말을 알지만 몰입하며 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과거 흑백으로 표현되는 장면에서 래너드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병과, 새미에 대해 설명한다. 이 장면에서 새미나, 본인에 대한 경험과, 거기서 얻은 교훈들을 얘기하는데 이후 흑백래너드에서 컬러래너드로 넘어갈 때, 컬러화면의 래너드가 겪는 일들이 흑백 래너드가 설명한 상황에 딱 들어맞는 경우가 꽤 많다.


결말의 비밀을 폭로하는 자잘한 복선들이 생각보다 영화내에 많이 깔려있기도 하다.


극중 새미라는 인물은 주인공 래너드가 과거에 만났었던, 선행성 기억상실증 환자인데, 새미의 아내는 새미의 병이 심리적인 문제라는 의심에 사로잡혀, 아내가 맞는 인슐린 주사를, 여러번 맞고 사망한다.


새미에 대한 것을 회상할 때 새미의 아내가 죽고 요양원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새미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 새미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기억들은 본인의 과거였고, 인슐린주사를 여러번 맞고 죽은 아내 역시 본인의 남편이었던 것.


이러한 결말의 복선으로, 아주 잠깐, 새미가 요양원에 앉아있는 회상 장면에서 새미의 얼굴이 주인공 래너드로 바뀌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당시 새미의 생각과 기분을 이제는 이해한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결말을 알고나면 사실은 새미라고 생각했던 것이, 본인의 일이라는 결말에 대한 복선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대사 중 래너드가 만난 나탈리가, "복수한다고 해도 어차피 기억도 못할텐데." 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 또한 복선이다


극중 래너드는 이미 아내에 대한 복수를 끝냈고, 이때 그가 쫒고있던 존 G는 범인이 아니라 경찰이 잡으려던 마약 거래상이었던 것.


나탈리의 대사는 어찌보면 문맥상 조금 어색한다고 볼 수 있는 대사인데, 이를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어색함이 결말에 대한 복선이란 느낌을 주게 한다. 







재밌는 것은 래너드의 기억이다.


정말 래너드가 뇌에 문제가 있어서 사고 이후의 일을 하나도 기억을 못한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새미에 대한 일은 어떻게 기억하는가?"


새미는 래너드가 사고 이전에 만났던 보험 사기꾼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새미에 관한 기억은, 래너드가 장애를 얻은후 일어난 일들에 대한 기억이다.


새미에 대한 회상중, -새미는 실험을 통해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장애인 것으로 보인다- 라는 내용이 있다.


만일 이부분이 래너드에 대한 일이고 실험에 대한 결과가 조작된 기억이 아니라 정말 래너드가 겪은 일이라면, 래너드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으며, 실제로는 충분히 학습하고 경험을 기억할만한 능력이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래너드는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새미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을 극중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래너드의 아내가 의심했듯이, 래너드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놀란 감독이 이러한 해석을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몰라도 만약 이렇게 해석하는 게 감독의 의도라면 괜히 래너드의 아내가 짠하게 느껴진다.




- 한줄 평 : 과감한 표현 기법, 과감함과 비례하지않는 몰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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